오늘은 201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논평이고 뭐고 일단 청소년위원회 활동가 세 명의 이야기.

 

 하나. 작년 고3이었던 민성은 트윗봇으로 정해진 시각에 “수리 주관식 두번째 문제 답 14번", "안녕 예비 비정규직들아", "에? 원래 수능은 예비종 안치고 바로 걷나? 헐 OMR에 침 묻었는데 가져가네" 등의 트윗을 올라가 마치 수험장에 스마트폰을 가져가 수능 모습을 생중계하는 것처럼 보이게 장난을 쳤다.

 

 시험 시간표에 맞춰서 과목 관련 트윗들이 올라가도록 해놓고, 중간에 이 트윗들이 모두 예약된 자동트윗 이라는 것도 밝히는 등 그는 치밀했으나, 수능이 끝나자마자 민성은 남들이 지각해서 타고 들어가는 경찰차를 타고 수험장을 나와 경찰서로 끌려갔다.

 

 경찰서에선 그의 트윗을 자동으로 올라가도록 했다는 걸 확인하고 그를 무혐의로 풀어주었으나 교과부에선 그를 업무방해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 선포했다. 그의 트윗 때문에 공무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았고 ,따라서 수능이라는 중요한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하기에 민성을 고소한다는 것.

 

  나중에 교과부는 고소를 취하했으나, 이 해프닝은 각 방송사, 신문사, SNS 가릴 것 없이 일파만파 퍼졌고 당시 수시에 합격하여 한량이었던 나는, 조사 당일 지친 그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함께 등갈비를 뜯어먹으며 티비 화면에 대문짝만 하게 나온 그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둘. 성공회대. 그것도 사회과학부. 청소년 운동권 중 대학 진항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대학이며 학과이다. NGO 전형. NGO 활동, 사회활동, 인권의식 등을 평가하여 우수한 학생을 뽑는 사회과학부 입학사정관 수시 전형.

 

 나는 한민성이 대학을 가느니 마느니 죽느니 사느니 하던 중에 이미 그 대학, 그 학과를 그 전형으로 합격했다. 중학교 3학년 촛불정국에 입당함과 동시에 모든 학업과 연을 끊었던 내가 인문계반의 꿈인 인서울을, (대학 입학을 노리는) 뭇 청소년 운동권의 로망인 학교로 들어간 것이다.

 

“민성, 괜찮아. 어떻게든 되겠지.”

 

 

 이것은 가혹한 운명의 장난. 나는 대학에 합격하고 대학에 갈 생각이 있었음에도 대학에 가지 못했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등록금이 비싼 건 알았지만 정확한 금액을 파악하고 학자금대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집안과 상의했다. 그 고지서는 납부일 10일 전쯤에나 확인할 수 있었다. 400만 원을 훌쩍 넘는 금액. 20대의 시작을 빚으로 시작하겠네 한탄하며 학자금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근데 뭔 학자금대출이 이렇게 어려운지. 그때 난 그냥 달라면 주는 줄 알았다. 나라에서, 한국장학재단에서 주는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빌리기 위해서는 인터넷 교육을 이수하고, 해당 학교에 학교 합격을 확인하고,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액티브엑스를 몇 개나 깔아야 하고, 팩스를 보내야 하고, 허락이 떨어지면 그 때 받아야 한다.

 

 학자금대출을 한 두명이 받는 게 아니라 서버는 느려터졌고, 팩스는 어디 갔는지 갈라터졌고, 전화상담도 미어터졌고, 열불터지고. 하여튼 못 냈다. 학교에 호소하고 한국장학재단에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난 ‘미등록 불합격’이 됐다. 그리고 한민성은 나중에 대학에 합격했다. 인생 몰라요.

 

 셋. 지금 이 시간에 수능을 보고 있는 활동가가 한 명 있다. 아즈.  한국 최고의 사립고등학교를 지나, 유럽 유학까지 갔다온 그는 남부럽잖은 좋은 대학에 쉽게 붙을 수 있었다. 근데 이런 저런 이유로, 귀찮아서 학교를 자주 빠졌고, 결국 한 학기만에 제적당했다.

 

 다시 대학 갈 생각 같은 건 절대 없는 사람이 지금 수능을 보고 있다. 합법적으로 군대를 일 년 더 미루기 위해서이다. 군대 역시 갈 생각 절대 없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병역거부를 위한 준비를 더 하기 위해 4 만원이나 내고 1 년을 산 것이다. 아마 지금쯤 졸고 있겠지.

 

 매년 올라오는 기사. "수능비관 수험생 자살". 일제고사와 수능으로 대표되는, 열심히 오락가락거리는 무한경쟁 교육으로 받은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청소년이 해마다 생겨난다. 대학서열화. 더 높은 계급이 되기 위해 삶을 장사꾼들에게 저당 잡힌다.

 

 하지만 교육으로 장사하면서 청소년을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은 자본주의 착취 구조의 핵심에 서서, 남들보다 더 높은 계급을 얻기 위해 다른 학생들을 밟고 다른 학생의 불합격을 전제로 한 합격을 얻어내는 체제를 공고히 하고, 그렇게 하라고 호도한다. 승자는 학자금 대출 빚과 더 높은 대기업 취업 가능성을 쟁취하고, 패자는 그들을 위해 복무하거나 평생을 ‘잉여인간’으로 살 것이라며.

 

 심지어 수능은 체제 안의 가치마저 잃고 있다. 수험자가 서열화된 대학 중 어떤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되는지 평가하기 위해 12년간의 교육과정의 이해를 묻는 시험이지만, 수능은 일면에서 이미 만능 할인쿠폰인 수험증 획득과, (또 다른 지옥인) 군대 연기를 위한 임시방편으로 쓰이고 있다.


 오늘은 자신을 체제가 원하는 더 우수한 노동력으로 만들어 더 비싼 값어치의 인간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착취하는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연옥불이 불타오르는 날, 수능이다. 그리고 심지어 이제 그 수능은 무능하다.

 

 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준)은 작년 많은 당원이 참여한 ‘대학입시거부선언운동’의 문제의식을 이어나가 꾸준히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를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하여튼 뭔가 보여 드리겠다. 어쨌거나 오늘은, 착취의 무기, 무능한 수능날. 오늘은 성적을 비관한 수험생의 자살이 없길 진심으로 바라며.

 


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준) 활동가 주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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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동당 청소년위원회 노동당 청소년위원회


 



돈이 없어도 인권과 평화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교란 것이 갖는 의미가 너무나 크다한글을 배우기 시작해야 할 나이부터 영어몰입교육이며 영재교육’, ‘선행교육을 받고청소년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무한경쟁을 강요받는다그렇게 어렵게 합격한 대학교에서 신입생이 등록금과 입학금을 구하지 못해 미등록 불합격’ 통지를 받는다면 어떨까.



 



 이는 진보신당의 한 당원의 이야기이다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호소문을 공개해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권과 평화의 대학교’ 성공회대학교에 NGO 전형을 통해 합격했다는 그는, 2월 초에 발표된 높은 등록금 금액에 당황했다고 한다그는 2월 8일에서 10일까지의 짧은 납부기간 동안 460만원에 달하는 큰 금액을 마련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대출 제도를 이용하려 했지만 한국장학재단 측의 미숙한 업무처리로 인해 누락된 서류와 승인절차를 밟는 도중 멈춘 사이트 때문에 결국 그에게 돌아온 것은 미등록 불합격이라는 성공회대의 통지였다한국장학재단 측은 돈을 구해 등록을 하고나중에 돈을 지급 받으라.’는 말로 일관했다.



 



 안타깝다돈이 없다면합격도 했고 의지가 있을지라도 배울 권리를 박탈당해야 한다는 말인가돈이 없다면인권과 평화를 공부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성공회대학교가 이야기하는 인권과 평화는 460만원짜리인가등록금 대책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었던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대출은 결국 미숙한 업무처리와 그 방식으로 인해 피해자를 만들고야 말았다그가 등록금을 내지 못해 불합격 처리된 것이 집에 인터넷이 끊겼고가정형편이 어려운 그의 탓인가납득할 수 없다왜 돈이 없다는 것이 배울 수 없는 이유가 되는가문제는 이것이 결코 그 혼자만의 이야기일 수 없다는 데에 있다지금도 SNS에서는 그와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이런 행정절차와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이 유지되는 한앞으로 이런 일들이 반복되리라 확신한다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은 정부가 이런 높은 등록금이 유지되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인권과 평화의 대학교’ 성공회대학교에 역시 호소한다대학 본부 측에는 그저 그가 미등록 학생일지도 모르겠지만이 일은 그의 삶이 달린 일이란 점을 생각해 달라그가 얼마 후 새로 시작되는 학기에 성공회대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미등록 불합격 처리를 철회하길 요구한다.



 



2012년 2월 12



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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